조프리의 방송 일기

영화 <소공녀>를 보고 본문

영화 리뷰

영화 <소공녀>를 보고

쪼스타 2020. 4. 12. 15:01

영화 <소공녀>의 미소가 맞닥뜨린 일을 내가 겪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다. 미소는 월세집을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위스키와 담배값을 지켜낸다. 그리고 대학 시절 음악을 함께 했던 친구들의 집을 전전한다. 나도 길거리에 나앉을 확률이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현실은 각박하다. 청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주거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운좋게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그래서 미소가 집주인에게 "주인님~ 저 집 뺄게요." 라고 하는 말 중에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한솔(안재홍)이와 미소(이솜)

 

지출 항목 중 월세에 줄을 긋고 나온 미소는 특별히 좌절하지도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갑을 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의식주 중 '주'를 포기할 만한 가치, 물건이 있을까? 취향이 확고한 미소가 독특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대단해 보인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남자친구를 똑같이 보고, 데이트 할 수 있는 여유도 마찬가지였다.

 

미소의 월세집은 대학로 부근이었다

 

□ 미소의 패션 : 미소의 시그니처 갈색 코트와 초록색 목도리. 알고 보니 안쪽을 몇 겹으로 입긴 했지만. 롱패딩이 아니라 좋았던 부분이 있다. 한겨울에 롱패딩을 많이 입는 우리 나라의 모습을 생각하면 미소는 멋쟁이다. 패딩 살 돈을 떠나서 코트를 입으면 멋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무거운 짐을 매고 끌고 하면 열이 나서 패딩까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한약을 사 먹지 못해 점점 하얗게 새어 가는 머리 또한 미소를 더 빛나게 해준 장치라고 느낀다. 이 모든 걸 자연스레 소화해 낸 이솜 배우에게 고맙다고.

 

대학 밴드 동생 대용이(이성욱)

 

집집마다 : 미소가 월세집을 나오고 대학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여러 형태의 집들이 비춰진다. 규모, 구성원도 다 다르고 그들이 가진 속사정은 또 다르다. '차라리 집 없는 미소가 행복하게 느껴질 정도.' 이게 영화가 의도한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미소는 가사 도우미 일을 아주 잘하기 때문에 거쳐가는 집에서 청소, 요리 등을 해주고 떠난다. 깨끗해진 집,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탁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우리 집은 거의 30년이 돼 가는 아파트인데 다 큰 두 아들과 부모님이 살기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또 이 글을 쓰는 30대 아들이 백수라는 흠?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집을 버린 미소. 어디에 살든 미소는 행복할 것이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 2014) 리뷰  (0) 2020.04.04
영화 걸캅스를 보고  (0) 2020.03.2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