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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의 우울증 - 검은 손으로 인한 불안

쪼스타 2020. 4. 3. 17:25

나의 우울증은 언제부터였을까? 약을 먹은 건 2016년 10월 말(28살)이 처음이었지만 꽤 오래 전부터 우울증의 여러 형태들을 보였던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소심하고 신경이 예민하다고 생각했을 뿐 문제를 느꼈을 땐 이미 많은 안 좋은 일들이 지나간 후였다. 대표적인 게 자가면역질환(화폐상습진)이다. 머리와 마음 속이 아프니 겉으로도 드러난 것이다. 온몸에 습진과 진물들이 가득했고 우연치 않게 찾아온 콜린성 두드러기와 운동으로 급속한 호전을 보였다.

 

나의 오른쪽 손

 

빠른 호전이 무척 기뻤지만 바세린을 바르면서 피부가 검게 침착되는 일이 발생했다. 극심한 피부질환을 겪었지만 내 마음만은 여전히 소심하고 불안 그 자체였다.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동네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그리고 프로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파란색 큰 알약을 먹기 시작했다.) 선택적 세로토닌 억제제(SSRI)였다.

■ 약효 : 한두 달 정도 지나자 불안 증세도 덜하고 강박적인 내 사고들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먹고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니 의사선생님을 먹고 한두 달은 기다려 봐야 할 거다. 그렇게 1년 8개월 정도 약을 먹었을 거다. 잘 때 발한(땀) 부작용 때문에 막바지에 브린텔릭스라는 약으로 변경한 일이 있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임의 단약한다.

■ 불안장애 : 2020년 2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까지 계약직으로 일을 조금씩 했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에 내 오른손을 감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부러 더 큰 옷을 입고 의식적으로 소매를 내리고 일을 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오른손에 신경쓰면 얼마나 피곤할까ㅜ 결국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나는 오래 전부터 중요했다. 실제로 손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 사람도 몇 명 있다. 그때마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피부 흉터 등으로 간단하게 답변하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이 검은 손이 내 미래(일, 연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을 도전하기가 주저된다. 남들이 핑계라 할 지라도 많이 무섭고 이렇게 변한 내 손을 죽을 때까지 인정 안 할까 두렵다. 이 손을 감추고 맺은 인간관계는 거짓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내가 친구가 많을까? 없다. 그나마 편한 초등학교 친구 2명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아무도 연락하지 않는다. SNS도 덜 들어가 보려고 한다.

 

 

□ 우울증 증상 완화를 위해서 : 우울증 약을 꾸준히 먹는다, 운동을 한다(이건 피부질환 재발을 위해서 매일 밤 조금씩이라도 꼭 한다), 또 이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내 손을 보고 괜찮다고 계속 잡아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큰 욕심이란 건 잘 안다. 또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으니 손에 신경쓰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손 말고도 몸에도 바세린을 열심히 바르고 남은 검은 색소침착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바다 가자!", "수영 잘해?", "MT 가자.", "스키 타봤어?" 등의 말들에 대답하는 게 조금 힘들다. 자격지심도 들고. 그래도 한 번 뿐인 인생 마음 편히 지금의 나를 인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다음에는 내 우울증 증상 중 강박, 원인이 되었던 가족 관계 등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나의 우울증 1편 - 검은 손으로 인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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