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보스 3, 4화를 보고

2017년 1월 23, 24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3, 4화에 대한 리뷰입니다. 지난화 마지막 장면은 환기(연우진)가 로운(박혜수)을 오토바이로부터 지키려고 밀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나 절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던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오토바이는 원래 멈춰 서려 했고 짜장면 배달을 왔던 것이었습니다. 땀 삐질했던 순간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사일러트 몬스터의 팀 구성이 진행됩니다. 환기를 필두로 로운, 유희(예지원), 교리(전효성), 선봉(허정민), 세종(한재석)이 한 사무실에서 숨 막히는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제작진의 센스 있고 귀여운 편집이 돋보이는 드라마 '내보스'.

그러나 너무 말이 없는 우리 대표님. 직원들은 로운님, 유희님 부르며 벤처 프로젝트의 평등 문화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환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직원들이 오해해 웃기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카페모카, 캐러멜 마키아토, 다방커피 취향인 환기에게 거무칙칙한 옷을 입었다고 에스프레소 쓰리샷을 사다 준 교리와 로운. 정확한 의사 표현이 부족한 환기는, 또 남들보다 배려심이 깊은 보스는 그렇게 직원들과 정을 쌓아갑니다.

한편 강우일(윤박)은 계속해서 톡톡 튀는 매력의 채로운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현재 우일은 은환기의 동생 은이수(공승연)와 결혼할 사이입니다. 그럼에도 로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일에 자주 동행시킵니다. 분명 환기의 팀에 자신이 추천했음에도 자기 사람처럼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또 위험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이수와 사귈 당시였던 3년 전, 비서였던 채지혜(한채아)에게 뭔가 집적댄 듯한 뉘앙스의 장면들이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아직 지혜의 죽음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니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환심을 사려는 것이면 진짜 몹쓸 놈입니다. 이에 대해 환기는 회상 장면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은이수).'라며 로운에게 미안해 합니다. 결국 한채아의 죽음에 환기와 우일 모두 무관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박혜수는 윤박의 과거 행적을 모른 채 자신의 보스에 대해서만 복수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3화의 주요 에피소드는 국민배우 황씨(박영규)의 불륜설이었습니다. 이를 브레인홍보측에 돕기로 하면서 황씨를 사일런트 몬스터 사무실로 데리고 옵니다. 하지만 불륜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브레인 홍보측에서도 반박 기사를 내보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결국 비밀을 캐내기 위해 황배우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는 직원들. 환기가 이를 건네받지만 '우리딸'이라고 발신자 표시된 전화가 와 다시 돌려줍니다. 황씨는 분명 외동아들만 있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이제는 소심하지만 듬직한 우리의 보스 은환기가 나설 차례입니다. 아무도 냉장고를 못 열게 하는 환기는 황배우와 함께 먹기 위해 회를 숙성시키고 있었습니다. 술 한 잔 기울이며 박영규의 진심을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는 환기. 그렇습니다. 배우의 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딸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를 보고 오해한 기자들이 잘못 기사를 퍼뜨린 것이죠. 사람에 대한 관심, 보스의 따뜻한 마음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사일런트 몬스터는 걱정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화에서는 반가운 얼굴 박상면씨가 대기업 식품회사 임원 진상무로 카메오 출연해 주셨습니다. 용라면의 경쟁 PT를 따내기 위해 식사도 같이 하고 위 사진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진상무의 비위를 맞춰는 로운. 그러나 스쿼시를 가르쳐준답시고 껄떡대다 환기의 공에 한 대 맞고 실려갑니다. 역시 박혜수를 지켜주는 건 연우진! 결과적으로 겨우 PT 기회를 얻게 된 사일런트 몬스터는 발표자로 유희(예지원)을 낙점합니다. 이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빵 셔틀할 때 빼놓지 않는 단팥빵, 소보로빵, 꽈배기 등 추억의 빵들을 유심히 본 환기의 선택이었습니다. 30년 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용라면의 이미지와 엄마 직원 유희가 닮았다는 점을 캐치한 은환기의 전략이었던 것이죠. 아쉽게 PT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환기는 조금씩 용기내어 직원들에게 한 발 다가갑니다. 4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재밌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다 뻗은 직원들을 환기가 일일이 택시에 태워 집으로 보냅니다. 이때 택시 번호판을 핸드폰으로 찍어 남겨놓는 섬세함! 이렇게 캐릭터를 공고히하는 연우진이 나중에는 엄청 멋있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겨요." 마지막 혜수의 대사로 마무리합니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조금 더 용기내라고,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