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1, 2화를 보고

1월 23일 월요일 첫방송된 SBS 드라마 피고인.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긴장감에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의 에이스 검사 박정우(지성). 그는 거액의 로펌 제의에도 '검사'가 좋다는 뚝심 있는 아내 지수(손여은)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하연이(신린아)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하연이의 생일밤 잠이 든 정우는 다음날 감방 안에서 눈을 뜹니다. 아내를 죽이고 딸을 유기했다는 죄명으로 말이죠. 감방 동료들은 "기억을 또 잃었냐?"며 정우를 이상해 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박정우의 기억은 4개월 전에 멈춰 있었습니다. 과연 누가 한 가족의 행복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었을까요.

바로 이 사람. 아닙니다. 이 사람은 죽은 형, 차선호입니다. 차명그룹의 장남으로 겸손하고 예의바른 언행을 보여주는 자타공인 엄친아입니다. 드라마 피고인에서 엄기준씨가 1인 2역으로 형 차선호, 동생 차민호를 연기했습니다. 대역과 한 번 찍고, 두 번째는 역할을 바꾸어 찍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차민호!"라고 굵직하게 외치는 듬직한 형의 목소리. 그러나 오래 듣지는 못했습니다. 동생 민호가 술병으로 형의 머리를 내리치고 호텔 테라스에서 떨어뜨려 자살로 위장했기 때문입니다. 차명그룹 회장인 아버지 차영운(장광)은 첫째가 아님을 알았음에도 자신의 후위를 지키기 위해 둘째의 끔찍한 악행을 모르는 척 합니다. 과연 장광 선생님의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핏줄의 죽음 앞에서도 무덤덤하게 권력을 놓지 않는 모습. 명장명 중 하나였습니다. 형 선호의 아내 나연희(엄현경) 또한 민호에게 약점이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4개월 전으로 돌아가보면 정우는 선호가 죽기 전 "민호야."라는 목소리를 들은 유일한 사람입니다. 동생이 거짓으로 형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집니다. 사체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검출되지 않았고, 두 형제의 엄마인 하지만 치매에 걸린 듯 정신이 오락가락한 명금자(예수정)는 안경을 쓰고 형 행세를 하고 있는 민호를 단번에 알아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엄기준이 여러 가지로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형까지 죽인 범죄자가 무엇인 듯 못할까요. 정우를 처리할 생각만 호시탐탐 하고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연구원 또한 사체에서 안경 자국이 발견됐다는 말을 민호 앞에서 했다가(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 덤프트럭으로 사고를 당합니다. 그 사고에 같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우가 검사 시절 잡아 넣었던 신철식(조재윤)의 큰형님입니다. 철식의 사주가 아닌 민호가 저지른 범죄 중 하나라는 것도 밝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신철식이 박정우가 있는 감방으로 들어오면서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성규(김민석) 또한 정우를 살뜰히 챙기는 게 훗날 조력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 정우의 사건을 변호하게 될 국선으로 서은혜(권유리)가 나옵니다. 전작에 국선으로 연기했던 이보영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육아 때문에 바쁜 지성의 집에 가서 말이죠. 연예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입니다.) 또한 포스트 잇으로 법률 용어들을 동선에 붙여놓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연기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우의 절친 강준혁(오창석)도 나오는데 지금은 잃어버린 박정우의 기억을 찾기 위해 도와주고 있지만 나중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캐리어에 유기되었다고 CCTV에 찍혀있던데 도대체 정우의 딸 하연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거의 100% 차민호가 숨겨뒀다고 생각됩니다. 감방 안에 들어오는 불빛으로 자신의 사건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지성. 탈출해서 복수를 하는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3화가 무척 기다려지는 설연휴입니다. 30일 밤 10시 SBS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